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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센트는 추함을 드러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소름끼치게 그려냈다.그러려는 의지가 있어서, 도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르게 그릴 줄 몰랐기 때문이다.그는 추함을 소름끼치게 그려냄으로써, 전통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어버렸다.반 고흐 이전이 있고 반 고흐 이후가 있다. ​그 많은 물감, 그 많은 색깔, 그 많은 태양광기 발작 이후의 차가운 평온을 보여주는 자화상, 밭두렁 길에 잘린 밀밭,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은 하늘, 검은 십자가 같은 까마귀들...그리고 큼지막한 별이 박혀있는 밤하늘 ​빈센트의 그림은 그림을 잘 모르는 나같은 사람들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준다.오늘날 그의 작품에 대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만큼 위대한 화가로 인정받고 있다.그러나 그의 생전 삶은 패배의 연속이었다.그림 중개상으로 잘나가던 젊은 시절, 사랑에 실패하고 바닥으로 떨어진다.목자가 되고자 하나 그의 지나친 헌신과 어눌한 언변으로 인해 인정받지 못한다.늦게 시작한 그림...농부, 광부, 산업 노동자 등 프롤레타리아를 대변하는 그림을 그리고자 하나 그의 실력은 누구로부터도 인정받지 못한다. 스스로도 자신의 미숙함을 자책한다.  ​빈센트는 살아생전 단 한 작품만을 판매한다. 한 여인에게다. 그녀는 『붉은 포도밭』을 골랐다.오로지 이 한 작품만이 선택받았다. 그의 정신병을 치료해주던 의사에게 남긴 수많은 작품은 의사 아들의 활연습 과녁으로 사용되었다. 그렇게 인정받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 우리는 빈센트가 권총 자살한 것으로 기억한다. 저자는 이러한 기억을 인정하면서도 또다른 가능성도 제시한다. 평소 자살을 배척한 점, 머리가 아닌 복부에 총알이 박힌점, 치료 과정에서 의사가 총알을 배에서 빼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동네 명문가 집안 아들의 범인 가능성을 유추한다.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점을 들어 실랑이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총알이 발사된 것이 아닌가 하는... 그의 동생(테오) 외에, 진정으로 그의 그림을 믿어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는 요란하게 예술의 역사에 진입하였다. 학교미술시간 정도의 수업을 받은 모든 이들이 기억하는 화가로 요란한 명성을 얻게 되었다.늘 느끼는 것이지만 이런 명성을 생전에 10분의 1이라도 누렸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책은 빈센트의 데셍을 바탕으로 한 삽화를 배경 그림으로 그려 넣었다.책읽는 과정에서 유명한 작품외에 잘몰랐던 그의 다양한 작품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메디치 상 수상작가의 특별한 반 고흐 전기빈센트 반 고흐, 그에 대해 아직 더 말할 것이 남아 있는가. 살아서는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한 채 끊임없이 세상을 떠돌았던 불우한 예술가. 살아생전에 그가 판 그림은 고작 「붉은 포도밭」, 한 점뿐이었다. 살아생전에 그의 그림을 이해하고 인정한 사람은 동생 테오뿐이었다. 그렇듯 그의 일대기는 스스로 가시면류관을 쓰고 십자가를 짊어진 처절한 방랑과 실패의 기록이었다. 나는─실패자인 것 같다. 그것이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아무래도 그것이 내가 받아들여야 할 운명, 더는 변하지 않을 운명인 것 같다. (고흐의 편지에서, 본문 248쪽) 소설가이자 화가인 저자는 바로 그런 방랑과 실패의 여정에서 그를 새롭게 읽어내려고 시도한다.

나는 빈센트를 잊고 있었다
유년시절, 청춘시절, 열정
베베 살롱
나는 그 개다
짜증
좀 더 음악적으로 살고 싶어 하리라
태양을 정면으로 마주보는 오만 속에서
슬픔은 평생 지속되리라
빈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