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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

무문 혜개가 48개의 화두를 선별해 해설을 덧붙인 《무문관》을 철학자 강신주가 법보신문에 매주연재하면서 나중에 책으로 선보이게 됐다. 동서양 철학을 종횡무진하며 인간의 힘과 자유를 긍정하고 타자를 사랑하는 선불교의 인문정신이 곳곳에서 묻어 나온다. 그는 “마침내 알아 버렸다. 옛날 부모님들도 사실 어른이 아니었다는 슬픈 사실을요. 그렇습니다.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어른이 되는 건 아니다. 자신의 삶을 결정할 수 있는 힘과 자유가 없다면, 어른이라고 해도 어른일 수 없는 법이니까.”라고 말한다. 모든 사람이 주인공으로 자신의 삶을 사는 것, 그래서 들판에 가득 핀 다양한 꽃들처럼 자기만의 향과 색깔로 살아가는 세계가 바로 불교의 이상인 화엄세계라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아래는 기억나는 문구들이다. 서암 사언 스님이 왜 아침마다 자신을 주인공이라고 불렀는지 말입니다. 서암 스님은 깨달음이란 별것이 아니라 바로 주인으로 살아가는 데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겁니다. 기러기에 스님은 단순히 주인이라고 말하지 않고 거기에 존경을 뜻하는 공을 붙였던 겁니다. 자기 사람의 주인공이 되었다면 이미 부처가 된 것인데, 어떻게 부처에게 존경을 표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비트겐슈타인의 유명한 말을 빌린다면, “사다리를 딛고 얼라간 후에는 그 사다리를 던져 버려야”하는 법이다. 비트겐슈타인의 충고를 반복하고 싶다. “don’t think, but look!” 이것은 이렇고 저것은 저럴 거야. 가치평가나 희론에서 벗어나야 한다. 오직 그럴 때에만 자신의 삶에서 벌어지는 근본적인 경험을 있는 그대로 여여하게(마음이 항상 똑같다) 직시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파초 스님이 주장자(수행승들이 지니고 있는 지팡이)로 날려 버리려고 했던 것은 바로 무엇인가 있다는 오만과 무엇인가가 없다는 절망이었던 셈이다. 자. 이제 바로 대답해 보세요. 당신에게는 주장자가 있습니까. 아니면 없습니까!즉심시불! 자의식을 떠나서 마음에 이르게 되었을 때, 우리는 나 자신에 사로잡힌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 세계에 열려 있는 부처가 된다는 것이다. 안으로 들어가지 말고 바같으로 나가라. 이것이 바로 무아와 해탈을 꿈꾸는 모든 수행자들의 실천적 슬로건이라고 할 수 있다. 놀아는 것은 이것이야말로 사르트르로 대표되는 실존주의 정신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실존이라는 말 자체가 우리 인간이란 밖으로 향하는 존재 ex- istence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초월종교에서는 신과 인간 사이에 건널 수 없는 차이가 존재한다. 신이 완전, 행복, 전지전능, 순수, 고귀함, 권력 등등의 가치를 상징한다면, 인간은 불완전, 불행, 무지, 무능, 타락, 저열함 등을 상징한다. 그러니까 인간은 신에게 모든 것을 의탁할 수 밝에 없다. 자신은 나약하고 오류를 범할 수밖에 없으니 신에게 의지한 채 살아가는 것이지요. 이 대목에서 불교도 초월종교가 아닌지 고개를 갸우뚱거리시는 분이 있을 겁니다. ... 불상에게 예배하는 행위는 이런 의미가 아니면 어떤 가치도 없는 행위입니다. 성불할 때가지, 그러니까 자신이 부처가 될때까지 부처가 되었던 사람에게 예의를 표하는 것입니다. 고통스런 마음은 고통으로 괴로워하는 마음이지만, 그것을 찾으려는 마음 자체는 결코 고통스러운 마음이 아닙니다. 고통스런 자신의 모습을 객관화하는 순간, 우리는 고통을 초월하게 되니까요. 예가가 고통스런 마음을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고통스런 마음에 제대로 직면하는 그 순간, 그의 마음은 더 이상 고통스러운 마음이 아닐 테니가 말이다. 그러니 어떻게 고통에 빠진 마음을 찾을 수가 있었겠습니까. 불가능한 일이지요. 결국 모든 부자유와 고통은 자신의 부자유와 고통에 직면하지 않는 비겁함 때문에 발생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존재도 인연으로 생겨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므로 어떠한 존재도 공하지 않은 것이 없다. 나가르주나의 말대로 모든 것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세히 분석해 보면 모든 것은 직접적인 원인과 간접적인 조건이 만나서 생기는 것이고, 당연히 직접적인 원인과 간접직인 조건이 헤어지면 모든 것은 소멸하기 때문이다. 등산로 초입에 서서 저 멀리 정상을 보고 있는 사람과 한 걸음 한 걸음 올라서 정상에 이른 사람은 다른 사람이다. 당연히 그들에게 펼쳐지는 풍광도 전혀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의 말처럼 “행복한 자의 세계는 불행한 자의 세계와는 다른 세계”이기 때문이다. 고체, 액체, 기체라는 세 가지 상태가 바로 스피노자가 말한 양태에 해당하는 것이지요. 반면 고체, 액체, 기체라는 상태와 무관하게 존재하는 H2O가 바로 실체에 해당한다.

강신주가 권하는 우리 모두가 같지만 다른 부처, 혹은 주인이 되는 길

문이 없는 48개의 관문, 나와 마주 서는 48개의 질문! 무문관 을 뚫어 내며 만나는 인문정신의 극치!
사랑과 자유의 철학자, 강신주가 관통하는 48개의 화두

무문 혜개가 48개의 화두를 선별해 해설을 덧붙인 228년에 나온 가장 압축적인 화두 모음집 무문관 을 철학자 강신주가 새롭게 파헤친다. 동서양 철학을 종횡무진하며 인간의 힘과 자유를 긍정하고 타자를 사랑하는 선불교의 인문정신이 곳곳에서 묻어나온다. 저자는 모든 사람이 주인공으로 자신의 삶을 사는 것, 그래서 들판에 가득 핀 다양한 꽃들처럼 자기만의 향과 색깔로 살아가는 세계가 바로 불교의 이상인 화엄세계라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머리말
프롤로그
잠옷을 입고 실내에 있을 수도 없고 실외로 나갈 수도 없다면, 너는 어떻게 하겠는가?

1부 영웅처럼 거닐며
움직이는 건 마음뿐!
손님에서 주인으로
있는 그대로를 보라!
있다는 오만과 없다는 절망
두 가지의 반복 사이에서
창조성과 자유
앵무새 죽이기
카르페 디엠(Carpe diem)!
자의식이라는 질병
내재로의 당당한 길
마주침과 헤어짐의 기로
이르는 곳마다 편안한 여행

2부 바람처럼 자유롭게
수많은 삶, 그만큼 많은 세계
횡설수설이 모두 진리가 될 때
고통에 직면할 때 발생하는 기적
중도와 공의 지혜
선악을 넘어서
경전에서 마음으로
유머, 농담, 혹은 경쾌한 깨달음의 세계
인정투쟁이 사라진 자리에서
결여의식을 결여할 때 찾아드는 충만감
언어의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방법
흐르는 강물처럼
관념의 자유와 진정한 자유

3부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시험지에 침을 뱉어라!
집착을 뒤흔드는 방법
갈래갈래 찢어져도 오직 하나인 마음
더 오를 곳이 없는 곳, 정상
불교마저 끊어버린 재야의 고수
스님! 농담도 잘하시네요
침묵만이 누릴 수 있는 말의 자유
옷을 풀어야 다른 옷을 만들 수 있는 법
깨달은 자에게도 남겨지는 것
언어를 희롱하는 시인처럼
맑은 하늘에서 거친 땅으로
세계시민의 오만불손한 당당함

4부 먹이를 낚아채는 사자처럼
보시, 수행의 시작과 끝
공으로 보는 세상
아는 것과 살아내는 것 사이의 차이
타자로의 목숨을 건 비약
너무나도 비범해 유지하기 힘든 평상심
날개 없이 날아가는 용기
한 알의 모래에서 우주를
잃어버린 맨얼굴을 찾아서
침묵만큼 무거운 실천의 무게
고통에 빠진 타자를 떠날 수 없는 사랑
삶과 죽음으로부터의 자유
불성, 무슨 똥 막대기와 같은 소리냐!

에필로그
사자와 같은 위엄과 아이와 같은 자유를 꿈꾸며

부록
무문관 원문
무문관 법계도
찾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