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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차의 눈을 달랜다》김경주
김경주의 시는 제목이 더 좋을 때가 많다.
그것들이 우리 자신이었으므로 우리가 울 뿐이다.
- 로렌 아이슬리
마지막으로 그 방의 형광등 수명을 기록한다 아침에 늦게 일어난다는 건
손톱이 자라고 있다는 느낌과 동일하다는 거
저녁에 잠들 곳을 찾는다는 건 머리칼과 구름은 같은 성분이라는 거
처음 눈물이라는 것을 가졌을 때는 시제를 이해한다는 느낌,
내가 지금껏 이해한 시제는 오한에 걸려 누워 있을 때마다 머리맡에 놓인 숲,
한 사람이 죽으면 태어날 것 같던 구름
- 14p <연두의 시제(時制)>
김경주는 연두색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
예전에 김경주가 쓰던 닉네임이 연두빛 휘파람 이었다.
연두 에 대한 어떤 기억이 자꾸만 그에게 연두에 대한 시를 쓰게 하는 것일까?
형광등 수명의 깜빡거림이 느껴지는 것 같다.
이 몽롱한 느낌들이 연두의 시간을 정의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몽롱~
바늘을 삼킨 자는 자신의 혈관을 타고 흘러 다니는
바늘을 느끼며 죽는다고 하는데
한밤에 가지고 놀다가 이불솜으로 들어가 버린
얇은 바늘의 근황같은 것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중간 생략)
아직까지 그 바늘을 아무도 찾지 못했다 생각하면
입이 안 떨어지는 가혹이 있다
- 24p <바늘의 무렵>
천운영의 소설 <바늘>을 보면
위의 시와 비슷한 내용이 등장한다.
바늘과 죽음의 묘한 결합이 시와 소설의 분위기를 한층 더 살려주었다.
내가 공책에 갈겨쓴 아주 많은 글자들이 밤에 지우개 속으로 모두들어가 사라진 날의 느낌
(중간 생략)
어쩐지 너의 여행을 이야기하기 위해선 많은 종(種)의 연필이 필요할 것 같아서 흑마를 탈까?
백마를 탈까? 청기를 들까? 여행은 태도의 문제라기 보다는 침묵의 차이 같아……
- 39p <시차의 건출>
여행의 태도를 침묵의 차이로 정의하는 것, 김경주 답다.
다시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된다면 그땐 침묵하는 법을 배워와야 겠다.
비가 그 사이로 내려서
바위 속을 듣는다
비가 내리는
고립된 언어를
이 사이 에 둔다
- 63p <연혁>
지금 비가 내린다.
바위 속을 듣는다 라는 구절이 너무 좋다.
두두두두 베란다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가
사이 를 이해하게 하는 것 같다.
김경주는 첫번째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이후로 뻔해졌다고생각했다.
첫 시집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김경주가 펴 낸 여행집, 수필집, 동화와 또 다른 시집들이
이젠 너무 흔하고 진부해졌다고 생각했고, 김경주가 시를 너무 쉽게 쓴다고 생각했다.
때론 간지러운 말들이 가득하고, 때론 날카로운 말들이 넘치는 김경주의 시 세계.
<하루도 새가 떨어지지 않는 하늘이 없다>는
이제는 뻔해졌다고 생각했던 김경주의 시를 진짜 시인의 시 로 느끼게 해준 작품이었다.
시 때문에 죽어서도 까불지 못하겠다는 생각 나 역시 동감한다.
제28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한 시집이다.
모두가 공감하듯 나는 첫 시집이 더 좋았다.
세상의 모든 시인들은 여러 개의 눈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비 오는 밤, 시집을 꺼내 소리내어 읽다보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느낌이다.
2012년 8월 17일 금요일 다 읽음 :D
죽은 시계를 차고 새들의 피로 그린 지도 속으로 떠나는 여행
달력에 없는 시간, 지도에 없는 공간,
그 알 수 없는 ‘사이(間)’를 온몸으로 지나온 자의 지독한 여독
그렇게 살아지고 사라지는 당신의 눈을 달래다
2009년 제28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시차의 눈을 달랜다 는 ‘현대 시를 이끌어 갈 젊은 시인’, ‘가장 주목해야 할 젊은 시인’ 등으로 뽑히며 새로운 언어와 발상과 이미지로 시적 문법을 새롭게 쓰고 있는 시인 김경주의 세 번째 시집이기도 하다.
시인은 여행을 한다. 그에게 여행은 떠나기 위한 것이 아닌 돌아오기 위한 것이다. 그는 여행을 떠나는 이유를 돌아왔을 때의 여진 즉 시차에 의한 여독 때문이라고 말한다. 시차(時差)를 겪고 나면 시차(視差)가 생김으로써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시집에 실린 61편의 시들은 그 여행의 기록으로서, 방랑자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생생하게 살아 숨 쉰다.
그는 뛰어난 시적 재능에 수려한 외모, 게다가 대필 작가, 학원 강사, 심지어는 야설 작가로 활동하기도 했던 이력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또한 대학을 네 군데나 옮겨 다니는가 하면, 딱히 정해진 주소지도 없이, 1년에 두세 달은 여행을 하며 보내는 등 그의 삶 자체가 여행이라 할 수 있다. ‘문단의 괴물’로 불리는 그는 영화, 연극, 음악, 사진, 미술 등 텍스트를 넘어선 다양한 전방위 문화 활동을 펼치며 시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늘 낯설고 새로운 것들을 찾아 그는 오늘도 떠난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지독한 여독을 앓은 후, 쓸 것이다. 아무도 모르는 당신의 눈을 달래 줄 그만의 노래를.
너도 곧 네 피 속으로 뛰어든 새를 보게 될 거야
연두의 시제(時制)
질감
질감 2
나비의 입술 속으로 들어간 밤
회현(回賢)
나비의 데드마스크
바늘의 무렵
모래의 날들
나쁜 피
여독
정교한 횡설수설
개명(改名)
획
매복
시차의 건축
눈동자화석
거미는 자신이 지었던 집을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고
입김으로 쓴 문장
내 머리카락에 잠든 물결
발푸르기의 밤(valpurgis night)
나는 밤을 새들의 꿈에 등장하는 내 눈이라 부르지만
시차의 건축 2
작은 소설
그러니까 이 생애를 밀월로만 보자면
내 욕조의 입장권 - 천변살롱 악사 하림에게
거울 속 나이테
모래의 순장
대필(代筆)
연혁
어느 몽상가의 욕조 - 에드몽송 씨에게
입안에 마르지 못한 채 몇억 년 된 물방울 하나
북극의 연인들 - 여섯 개의 회문
몽유, 도원
천 개의 학을 입에 문 날들
자력
이장(移葬)
꽃의 현기증
새들은 눈부터 천천히 죽어 가는 부족이라서 인간의 여행기에 자주 등장한다
모리스 블랑쇼
분홍고래 보호자
펭귄
퀸의 날
마침내 아주 작은 책이 되어 버린 어떤 ‘무렵’
현상 수배 - 다른 나라의 문자가 된 바람
한낮에 모여 새끼 가진 개를 끓여 먹던 당신들의 장르
고래의 저녁이 걸려 있는 화실
마마 - 밤의 흙
종이로 만든 시차 - 에드거 앨런 포의 반올림한 산문풍으로
궁리
우회(迂回)
수치심
수해야(夜)
종이로 만든 시차 2 - 종이배
0시의 부에노스아이레스
피아노가 된 나무 3 - 권혁웅 시인에게
하루도 새가 떨어지지 않는 하늘이 없다
죽은 종(鐘)
물병자리 속으로 물고기자리가 들어간다
종이로 만든 시차 3 - 종이 연
먼저 자고 있어 곁이니까
작품 해설/서동욱
시차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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