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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잘 알고 있는 듯한 이름이지만, 서양 경험주의의 대표적 인물이라는 단편 지식말고는 아는 게 아무 것도 없는 사람이다, 내게는. 그 어린 시절, 데카르트와 베이컨이라는 두 이름을 얼마나 잘 외워 두었던가 하면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 게 증거가 되겠지만, 정작 알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게 없는 사람이어서 이 또한 여러모로 서글프다. 나는 그때 어떤 공부를 했던가 싶기도 하고, 지금까지 알고 있다고 여기는 것들이 도대체 뭔가 싶기도 하고. 순수하게 그의 사상이 궁금해서 구한 책은 아니다. e북으로 읽을 거리를 장만해야 했는데, 마침 내 눈에 들어왔다고 보는 게 맞겠다. 이 사람의 글? 이참에 한번 볼까? 어떤 이야기를 해 놓았을까? 뭐라고 했기에 고전작품으로 남아 지금까지 전해지는 걸까? 시대를 뛰어넘는뭔가가있을 텐데. 딱 이만큼의 호기심으로.(이런 호기심을 유지하면서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고있는 책이 여러 권 있기는 하다.)수필집이라고 하지만,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수필의 뜻과는 거리가 좀 있다는 생각이다. 경수필(미셀러니, 신변잡기)과 중수필(에세이)로 수필의 영역을 나누는데, 베이컨의 글은 중수필로 분류한다. 가볍지 않은 글이다. 거의 철학에 가깝다고 할 수도 있다. 주관적인 철학이라고 해야 할지, 교훈처럼경고처럼 읽히기도 한다. ~해야 한다고, ~하면 안 된다고 저 혼자 읊조리는 게 아니라 나무라는 듯이 기억해야 한다는 듯이 함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글이라고. 모처럼 와 닿은 글이다. 나는 평소에 나더러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명령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글들에는 반감을 갖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게 일어나지 않았다. 도리어 마음이 어지럽다 싶을 때, 그 마음에 어울리는 주제의 글을 다시 읽어 보는 게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의범위도 넓다. 개인의 사소한심리적인 것부터 국가의 큰 정책에 이르기까지 다루고 있다. 이번역본이 원본을 그대로 담은 것인지 다소 줄여 놓은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이런 내용이라면 원문을 읽을 실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길 정도이다. 오백 년 전의 글, 오백 년 전의 사색이 지금 시대에 조금도 밀릴 것이 없다. 시대의 상황이 지금과 맞지 않는 부분이 더러 있고,가치관의 차이가 더러 다르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한 사람이 이만큼을 헤아려 글로 나타내 보일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대단한 일이다. 그러니까 지금 이렇게 살아 남아 전해지고 있는 것일 테지. 고전이라고 해서 내게도 다 고전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 책은 고전으로 담는다. 나는 또 읽게 되리라 싶다.
근대 과학정신의 초석을 놓은 영국의 철학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산문집으로, 인간과 자연과 세계를 파악하는 예리한 시각이 드러나 있다. 베이컨은 환자를 진단하는 의사의 자세로, 사건을 심리하는 법관의 자세로, 때로는 자연현상을 설명하는 과학자의 자세로 인간사의 관심과 문제와 현상을 진단하고 설명한다.

그 의 관심은 정원 가꾸기에서 제국의 경영에 이르기까지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훌륭한 대비와 짜임새, 표현상의 절제와 빛나는 경구는 그의 특징적인 문체이며 이 수필집이 엘리자베스 시대 영국의 대표적 산문인 이유이기도 하다.


1. 참
2. 죽음
3. 종교의 단합
4. 복수
5. 역경
6. 속임수와 눈가림
7. 부모와 자식
8. 결혼과 독신 생활
9. 시기심
10. 사랑
11. 높은 지위
12. 대담성
13. 착한 행동과 착한 바탕
14. 귀족
15. 반란과 소란
16. 무신론
17. 미신
18. 여행
19. 제국
20. 충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