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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읽는 게 아니라 곧 가게 되는 일정을 앞에 두고 읽다 보니, 괜히 마음이 급해진다. 이 거대한 내용을 다 알 수는 없는 것이구나. 스페인이라는 나라가지도로만 보는 것으로는, 얄팍한 정보지 몇 장으로는 쉽게 만났다 할 수 없는 나라이겠구나.책으로 보는 여행과 몸으로 익히는 여행의 차이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그래도 예습 좀 하고 떠나야지 했는데, 못 가보는 상황에서 읽는 것과는 또 다른 거리감이다. 분량 자체가 상당하다. 단순히 스페인의 어느 어느 곳을 이렇게 저렇게 돌아다녔다는 식의 기록은 아니다. 모두 5부로 되어있는데 스페인 전문 작가답게 나름대로 분류해 놓았음을 알 수 있다. 역사,문화, 예술, 사람 등에 따라. 그런데 이 갈래가 읽는 내 입장에서는 확연하게 구별이 되는 게 아니라 서로 맞물리는 부분이 있어 느긋한 마음으로 구경하기에는 어렵다.쉬운 글은 아니라는 뜻이다. 게다가 낯선 지명과 이름들이 읽는 속도를 종종 붙잡는다. 이러면 앞으로 나갈 수가 없게 되거나 건너 뛸 수밖에 없는데. 책을 통해 내가 알게 된 가장 중요한 것. 스페인이나 스페인 사람들의 대표적인 기질이라는 정열-이 성향이 나와는 맞지 않다는 것. 나는 좀 부담스럽고 거북하고 그렇다. 그럼에도 이번 여행을 어떻게 즐길 수 있을 것인지. 아니, 어쩌면 내 속의 내 정열을 이제서야 찾아낼 수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기대한다. 스페인 역사를 더 알아보고 싶다는 것이 두 번째 바람이다. 상대적으로 서유럽 이야기는 더러 읽어 본 것 같은데, 스페인은 이름만 알고 있을 뿐, 아는 게 정말 없구나 싶었다. 게다가 스페인은 남아메리카와도 밀접한 관련이있다고 하는데, 내 관심을 넓히려면 스페인에서 시작해야겠지. 다녀와서 다시 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사진도 넉넉하게 실려 있다. 이 책 속의 장소들 가운데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지극히 일부이겠지만, 그래도 돌아와서 보면 반가울 테지. 흐뭇한 복습도 될 것이고.
유럽의 이방인 스페인, 그 예측할 수 없는 매력의 근원을 말해주는 책
스페인을 만나는 세 갈래 길, 세 가지 키워드

유럽의 서남단 이베리아반도에 위치한 스페인. 그나마 연결된 대륙과의 통로는 피레네 산맥이 가로막고 서있다. 세계 구석구석 스페인의 해가 질 리 없을 정도로 뻗어나갔던 영광의 역사를 뒤로 한 채 아무런 실속 없이 몰락한 스페인을 일컬어 유럽의 엉덩이쯤에 압정으로 대강 덧붙여놓은 땅 이라 언급하기도 하지만, 곳곳에 숨어 있는 저력을 느끼게 만드는 이 대지는 거창한 것만이 아름다움이 아님을 알게 한다.

이 책의 저자인 고려대학교 서어서문학과의 안영옥 교수는 30년이 넘도록 스페인의 문학과 예술을 연구하고 스페인 곳곳을 탐방해왔지만, 지금도 이처럼 예측 불허인 스페인에 대해서는 딱 부러지게 정의내리기를 망설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낱낱이 밝혀지는 자유로운 영혼과의 만남은 애매모호하게 숨어 있던 정체성의 베일을 벗긴다.

먼저 스페인의 역사를 대변하는 세 갈래의 길로부터 시작된다. ‘순례자의 길’ ‘은의 길’ ‘돈키호테의 길’이 그것이다. 이 세 갈래의 길은 스페인의 정신인 가톨릭과 유럽 교류의 역사, 자연 환경이 빗어낸 스페인 사람들의 뿌리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지금도 스페인은 역사와 하나를 이룬 듯 오늘을 살아간다. 13세기에 지어진 중세 성채 안에 집을 짓고, 16세기에 지어진 집에서 살고, 18세기에 만들어진 광장에서 차를 마신다. 모든 게 역사물이니 보호한답시고 경계선을 칠 수가 없다. 그렇다고 편리한 현대 삶에 맞추기 위해 이들이 품고 있는 역사를 유린할 수도 없다. 해결책은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공존의 지혜와 여유, 그리고 이와 함께 하는 정열의 스페인을 이어주는 세 가지 키워드가 있다. 한마디로 단정할 수 없었던 복잡다단한 스페인의 퍼즐을 맞춰줄 키워드는 ‘사실주의’ ‘개인주의’ ‘명예관’이다. 이에 주목하여 스페인을 읽어 내려가 보자. 영광의 역사를 뒤로 한 채 17세기 중반부터 20세기 말까지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그들의 눈치만 살피는 주변부로 밀려났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내가 최고였던 스페인 사람들의 자유로운 영혼을 만나게 될 것이다.


서문

1부. 과거를 품은 채 현재를 살아가는 풍광
-순례자의 길, 성자들의 고향과 무덤을 찾아서
-은의 길, 고대 로마와 중세 태고의 아름다움을 만나러 가는 길
-돈키호테의 여정, 정의와 자유를 찾아 떠나는 길
-유럽에서 동양의 신비를 만나다
-스페인의 수도이자 문화 도시, 마드리드
-스페인 자연공원
-스페인 음식 순례와 대표적 먹을거리
(생햄/ 와인/ 올리브)

2부 신 다음으로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
-삶을 지배하는 태양
-신 다음으로 위대한 자, 내가 왕이로소이다
-일을 하면 안돼요, 이달고
-멀고 아득한 숨겨진 대지, 스페인
-유성처럼 사라진 대제국의 영광
(환멸의 세기/ 부르봉왕가의 18세기/ 자유주의자들과 보수주의자들의 갈등/ 스페인 내전/ 또 다시 유럽의 중심으로)
-우리는 다양성이 자랑이랍니다
-우리는 스페인이 아니랍니다 : 바스크 자치주의
-국가 속의 또 하나의 국가 : 까딸루냐
-이질적인 사회·문화적 스펙트럼 : 갈리시아
-오늘의 스페인은 내가 이루었다 : 아스뚜리아스
-스페인 명예의 심장 : 가스띠야
-까스띠야를 닮은 중남미
-두엔데의 땅 : 안달루시아
-성(城)과 사자의 사슬과 두 색 띠

3부 100명의 우등생은 낳지 못하지만 1명의 천재를 낳는 나라
-식지 않는 열정과 광적인 예술혼의 화가들
(신비주의자 엘 그레꼬/ 최고의 화가 벨라스케스/ 근대 회화의 창시자, 고야/ 신이 될 수 있었던 화가 피카소/ 아이들의 우상 조안 미로/ 회화의 구원자 살바도르 달리)
-스페인 영화
(영원한 이단자 루이스 브뉴엘/ 스페인 대지의 감독, 뻬드로 알모도바르)
-스페인 음악
(스페인 오페라, 사르수엘라/ 신들린 노래와 춤, 플라멩고/ 스페인 민족의 악기, 기타)
-딸라베라 데 라 레이나 도자기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건축, 가우디

4부 여유와 배려 속에 누리는 삶
-서민 삶의 중심, 바
-까페떼리아와 떼르뚤리아
-광장 문화와 축제
-돈도 같이 나누고 싶어요, 끼니엘라
-또 다른 삶의 여유, 축구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맡깁니다
-께 꾸아빠! 께 린다!(예쁘군요! 멋지십니다!)
-개똥 천국 마드리드
-스페인어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
-약자들의 천국
-에사데(ESADE) 비즈니스 스쿨의 교육관
-응가하는 사람들
-느림의 미학
-당신이 잠든 사이, 시에스따 문화
-역사로 먹고사는 가게들
-기적의 베이비시터, 마리아 밀라그로시

5부. 스페인의 그림자
-스페인 손톱깎이는 손톱을 못 잘라요
-실업자의 대표주자 예비 변호사, 빠꼬
-정만 많은 판사, 호세
-관료주의의 상징, 공항 세관 경찰
-내 담요 돌려줘, 스페인 집시
-차 안으로 덮친 루마니아 청년
-과거의 낙인